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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세이

[간호조무사 용품] 오늘도 버티는 중입니다.

by 미리내달 2026. 5. 30.

14장. 압박스타킹 — 다리가 무거워지기 전에

처음에는 그냥 버텼다.

퇴근할 때쯤이면 발목이 퉁퉁 부어 신발 끈이 파고들었는데, 그러려니 했다. 오래 서 있으면 다들 이러는 거 아닐까, 하고.

 

간호조무사로 일하기 시작하면 금방 알게 된다. 다리가 왜 붓는지.

혈액은 원래 심장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오래 서 있으면 그 흐름이 느려진다. 중력을 이기고 혈액을 끌어올리는 건 사실 꽤 힘든 일이다. 그게 몇 시간이고 지속되면, 다리는 조용히 항의하기 시작한다.

붓기로.

그 무게감으로.

살이 10kg 넘게 쪘을 때 일이다. 살을 빼고 싶기도 했고 간절함에 다리붓기라도 빠지라고 압박스타킹을 한참 신고 다녔을 때가 있었다.

그래서 인지 다리가 고루 잡히고 이쁘게 살이 빠진적이 있었다. 붓기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그리고 하지정맥류를 앓는 선생님을 봤는데 수술이 진짜 아프단 것을 알려주었다. 세상엔 무서운게 많다.

 

15장. 간호화와 발 편한 신발 — 발이 말해주는 것들

그때의 나는 신발을 그렇게 고르지 않았다.

그냥 학교에서 맞춘 간호화를 신었어서 잘 몰랐다.

사려고 보니까 발편한 것이 제일 좋다는 걸 알았다.

간호 현장에서 발은 빨리 망가진다.

하루 8시간, 혹은 그 이상 한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게 아니다. 병실을 오가고, 계단을 뛰어 내려가고, 무거운 물건을 옮기고, 미끄러운 바닥을 걷는다.

신발을 고를 때 생각해야 할 게 있다.

쿠션이 좋은 신발은 장거리에 강하다. 발바닥 충격을 흡수해주니까. 하지만 무거우면 금방 지친다. 가벼운 신발은 발이 덜 피로한 대신 충격 흡수가 아쉽다. 두 가지를 다 갖추면 가격이 올라간다.

직접 신어보고 샀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차이가 컸다. 신발은 진짜 신어봐야 한다. 오전에 신어보는 게 좋다. 발이 아직 붓지 않았을 때.

논슬립 처리가 된 밑창, 발등을 조일 수 있는 스트랩, 발가락 앞에 여유 공간. 이 세 가지가 있으면 일단 합격이다.

 

지금도 퇴근길에 발이 편하면 하루가 덜 무겁다는 걸 느낀다.

그때 조금 더 신중하게 골랐더라면, 하고 생각했던 날들이 있었다.

발은 조용히 일한다. 그래서 더 챙겨줘야 한다.

16장. 간호사 시계 — 초침 하나의 무게

호흡을 재면서 처음 알았다. 초침이 없으면 얼마나 불편한지.

스마트폰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아도, 양손이 다 차 있을 때는 불가능하다. 시계를 보면서 동시에 환자 손목을 잡고, 숫자를 세는 그 동작—초침 있는 시계가 아니면 어색하게 멈추게 된다.

 

바이탈 체크는 시간과 묶여 있다.

혈압, 맥박, 호흡수, 체온. 특히 맥박과 호흡수는 1분을 세거나 15초 세고 4를 곱하거나. 어느 방식을 택해도 초침은 필요하다. 경력이 붙으면 감각으로 어느 정도 알게 되지만, 처음엔 무조건 제대로 세야 한다. 그래야 틀리지 않는다.

 

시계를 고를 때 체크해야 할 것들이 있다.

초침은 기본이고, 방수 여부가 중요하다. 손을 자주 씻는 환경에서 방수가 안 되는 시계는 금방 고장 난다. 무게는 가벼울수록 좋다. 하루 종일 차고 있는 거라 묵직하면 손목이 피로하다. 실리콘 밴드는 세척이 쉽고 위생적이다.

감염 관리 측면에서 시계 밴드는 의외로 오염되기 쉬운 부분이다. 세척 가능한 소재를 고르는 게 현명하다.

 

그 시계가 매일 같이 손목에 있었다.

뛰어다니면서, 밥도 못 먹으면서, 초침만 바라보면서.

그 작은 바늘이 그 시간들을 함께 버텼다.

 

17장. 손목보호대 — 조용히 무너지는 관절

처음엔 그냥 찌릿하다고 생각했다.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간호조무사의 손목은 많은 일을 한다.

기저귀도 하루에 몇 번씩 교체한다. 손으로 직접 쓰는 병원이라면 더 많다. 환자를 이동시킬 때 체중을 지탱하는 것도, 침대 난간을 올리고 내리는 것도. 모두 손목이 감당한다.

반복 동작은 조용히 쌓인다. 한 번에 다치는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쌓여서 어느 날 갑자기 아파진다.

 

아대를 처음 해봤을 때는 오히려 답답하게 느껴졌다.

움직임이 제한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목적이었다. 과도한 꺾임을 막아주는 것. 완전히 지탱해주는 게 아니라, 살짝 잡아줘서 무리한 방향으로 꺾이지 않게 해주는 것.

차트 쓰는 시간이 많은 업무라면, 미리 착용하는 게 낫다. 아파진 다음에 쓰는 건 치료가 아니라 임시방편에 가깝다.

 

손목이 나가면 일을 못 한다.

그 단순한 사실을 아프고 나서야 제대로 이해했다.

아프기 전에 지키는 것. 그게 더 현명한 선택이다.

출처: 제미나이

18장. 야간근무 간식 — 새벽 2시의 허기

그 시간의 배고픔은 좀 다르다.

낮에 느끼는 배고픔과 달리, 새벽 2시의 허기는 몸 전체가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이다. 집중이 안 되고, 괜히 작은 것에 짜증이 나고.

 

야간 근무에서 간식은 생존이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진짜다. 먹지 않으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실수가 나는 건 보통 피곤할 때가 아니라 배고프고 피곤할 때다.

잠 깨는 음식으로는 당이 빠르게 올라오는 것들이 좋다. 초콜릿, 사탕, 과일 젤리. 하지만 당이 너무 빠르게 올라오면 금방 다시 떨어진다. 단백질이 같이 있는 게 오래 간다. 삶은 달걀, 치즈 한 조각, 견과류 한 줌.

 

커피는 결국 의존하게 된다.

하루에 한잔씩 그게 습관이 됐다. 낮에 잠이 안 오는 부작용도 알면서, 그래도 그 순간엔 커피 없이는 눈이 떠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때 커피보다 필요했던 건 제대로 쉬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새벽 2시를 버텨낸 사람들은 안다.

그 간식 하나가 그 시간을 얼마나 다르게 만드는지.

 

19장. 텀블러와 병원 생활 — 물 마실 시간도 없는 날

 

병원에서 물을 마시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처치 중에는 당연히 안 되고, 환자 곁을 지켜야 할 때도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 바쁜 타임이 지나면 또 다른 타임이 오고, 그러다 보면 오전 내내 한 모금을 못 마신다. 다이어트 하다보면 배고프다.

 

텀블러가 생존템인 이유는 그래서다.

언제든 한 모금 마실 수 있게 손 닿는 데 있어야 한다. 용량은 500ml 정도면 무겁지 않고 충분하다. 뚜껑이 완전히 잠기는 형태여야 주머니에 부딪혀도 안전하다. 빨대형이 한 손으로 마시기 편해서 선호하는 사람도 많다.

커피를 담아 다니는 경우도 많다. 따뜻하게 유지되는 보온 텀블러면 출근할 때 담아온 커피가 점심 즈음까지 버텨준다. 그게 위안이 되는 날도 있었다.

 

20장. 다이어리와 메모 습관 — 혼나지 않기 위해 적기 시작했다

신입 때는 다이어리를 항상 들고 다녔다.

혼날까봐 적었다. 선배가 한 번 설명한 것을 다시 물어보면 눈치가 보였다. 그래서 어디서든 잠깐 틈이 나면 메모했다. 주사 순서, 처치 방법, 약어, 기억해야 할 수치들.

손 글씨가 엉망이어도 괜찮았다. 나만 읽으면 됐으니까.

 

그 메모들이 나를 버텨줬다.

한 번 설명 들은 걸 다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까먹었을 때 혼자 꺼내 볼 수 있다는 것. 그게 주는 안도감이 있었다.

글로 안 되는 건 그림을 그렸다. 라인을 어디에 삽입하는지, 드레싱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그림그리고, 그려놓으면 글보다 오래 기억에 남았다. 남들이 보면 낙서 같은 그 그림이, 나한테는 교과서였다.

 

순서를 외우는 건 반복으로 되는 게 아니었다.

적고, 보고, 다시 적는 과정이 필요했다. 잘 안 외워지는 건 손으로 쓰면서 외웠다. 몸이 기억하는 게 머리보다 빠를 때도 있었다.

지금 신입으로 일하고 있는 분이라면 부끄럽지 않아도 된다.

다 모르는 게 당연하고, 적는다는 건 기억하려는 의지다.

 

그때의 그 다이어리는 지금도 어딘가에 있다.

열어보면 그 시절의 필기가 남아 있다. 엉망이고, 어설프고, 틀린 것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게 그때의 나였다. 버티려고 적었던 기록들.

 

오늘도 각자의 자리에서 메모하며 버티고 있을 누군가에게.

그 기록들이 결국 당신을 만들어가고 있다.

 

추가 -> 쓰다보니 주사를 놓던 개인병원일을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주사는 놓지 않고 기저귀를 많이 가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원 부터 말을 해야 될지 몰라서 섞여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