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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세이

요양병원 간호조무사 역할 (N)

by 미리내달 2026. 5. 16.

요양병원 밤근무는 늘 “혼자 아닌 혼자” 같았다

알 수 없는 출처

 
법적으로 보면 요양병원에서 간호조무사는 반드시 간호사의 지도 아래 보조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한다.
간호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고, 의료인이 아니기 때문에 단독 판단이나 독자적인 업무에는 제한이 있다.
 
그런데 현실의 밤근무는 조금 달랐다.



간호사는 다른 병동에 있고, 나는 이 병동을 혼자 맡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완전히 혼자인 건 아니다. 필요하면 연락할 사람도 있다. 그런데 새벽 두세 시 병동 복도를 돌다 보면 이상하게도 병원 전체가 아주 조용한 섬처럼 느껴진다.
 


라운딩을 돌면서 환자 상태를 확인하고, 밤새 특이사항이 있었는지 체크한다. 

Vital을 재고, 보고 준비를 하고, 필요한 내용은 챠팅으로 남긴다.
특별한 경우는 따로 수기 기록도 작성했다.
시간 남으면 약 외우면서 확인하구 (약국에서 조제해서 내려오지만 누락있을때가 있으니까..)
 
당시 내가 근무하던 곳은 수기 기록이 꽤 많았다.
약이 추가로 들어가면 처방전을 적고 다시 기록 남기고, 또 확인하고.
짧은 시간 안에 해야 할 일은 왜 그렇게 끝도 없던지.
 
잠을 잘 못 주무시는 어르신들은 간호사 스테이션 근처에 침대 채로 모시기도 했다.
낙상 위험도 있고, 자꾸 혼자 움직이시려 하니까 가까이서 보는 게 서로 편했다.
새벽에 조용히 앉아 계신 모습을 보면 병원이라기보다 어느 작은 야간 보호소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밤근무를 하다 보면 피하고 싶어도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 당시에는 밤에 임종 상황이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의사 콜을 넣고, 챠팅 작성하고, 정해진 양식대로 기록을 남긴다.
손은 바쁜데 머리는 하얘지고 시간은 이상하게 더 빨리 흘러간다.



“왜 이렇게 쓸 건 많고 시간은 짧지?”
 
그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긴장감 속에서 기록 하나하나를 입력하는데,
동이 트면 병동은 조용하지만 동시에 정신없다. 마치 물 밑에서 계속 발을 구르는 느낌이었다.
 
낮근무가 사람과 일로 바쁘다면, 밤근무는 책임감과 긴장감으로 바쁘다.
아무 일 없기를 바라면서도, 언제든 무슨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그래도 신기한 건 그런 밤들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환자 상태를 보는 눈도 조금씩 생기고,
기록 속도도 빨라지고,
무엇보다 “겁먹은 신입”의 티가 조금씩 사라진다는 점이다.
 
요양병원의 밤은 조용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긴 복도를 몇 번이고 걸어 다니던 기억은 아직도 꽤 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