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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세이

[간호조무사 병원에세이] 오늘도 버티는 중입니다.

by 미리내달 2026. 5. 27.

PART 1. 병원이라는 세계에 들어오다

 

프롤로그 — "병원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첫 출근 날 기억이 아직도 난다.

유니폼을 입고 병원 입구를 들어서던 그 순간. 설레지 않았냐고 하면 거짓말이고, 그나마 같은 동기가 세명 있어서 그나마 덜 떨렸다고 할까.

학교에서 4년을 공부했다. 병원에 들어서는 순간, 그 4년이 한 번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학교에서는 알려주지 않았다. 병원이 이렇게 빠르게 돌아간다는 걸. 모르면 질문하라고 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질문할 타이밍이 없다는 걸. 잘하고 싶은 마음과 현실 사이의 간격이 이렇게 클 수 있다는 걸.

그래도 결국 버텼다.

왜 버텼냐고 물으면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냥 오늘 하루 어떻게든 마무리하다 보니, 어느새 한 달이 됐고, 몇 달이 됐다.

이 책은 그 시간들의 기록이다. 성공담이 아니다. 그냥 버틴 사람의 이야기다.

비슷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닿기를 바란다.

 

1장 — 병원이 어려워요

학교이론&실습과 병원일은 다르다

간호조무사는 항상 여유가 있고, 환자 옆에서 손을 잡아주고, 의미 있는 말을 건넨다. 현실은 라운딩 돌면서 Vital 재고, 선배 눈치 보고, 콜벨 대응하다 (포괄병동 일이다.)

일반 병동으로 첫 출근. 인수인계도 없고, 바로 실무로 IV잡으러 다녔다.

IV, IM, BST, NPO, prn, Vital sign, EMR… 학교에서 배웠는데 왜 다 쓰지도 않고 일만 할까 싶었다. 배운 것과 실제로 쓰는 속도가 달랐다. 선배들은 숙제 주고 끝이였다.

그냥 외웠고, 그냥 반복했다. 일반병동에서의 한달은 IV만 계속 잡고 Anti약 재고 수액 채우기를 반복했던 것 같다.

학교에서는 이론을 가르쳐줬다. 병원은 속도를 요구했다.

그 간격을 메우는 건 결국 시간이었다. 포괄병동에서의 첫 인수인계는 들리지도 않았다. 그저 어느 날 문득 콜벨 소리에 덜 긴장하게 되고, 선배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천천히였다. 근데 분명히, 익숙해졌다.

신입 때 살아남는 팁 같은 거 있냐고 묻는다면. 딱 하나만 말하겠다.

메모해라.

혼나도 메모, 모르면 메모, 했는데 또 헷갈리면 메모. 다이어리 한 권 들고 다니면서 그날그날 배운 거 적어두는 것. 그게 제일 확실했다.

병원이 어렵다는 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다. 다만 어렵지만 할 수 있게 된다. 그 차이가 생기는 거다.

 

2장 — 대학병원 vs 개인병원

어디가 더 힘드냐고 물으면, 솔직히 둘 다 힘들다.

방향이 다를 뿐이다.

첫 포괄병동 오픈 이였지만, 대학병원에는 시스템이 있다. 오더는 정해진 방식대로 내려오고, 분업이 되어 있고, 내가 할 일과 안 할 일이 어느 정도 나뉜다. 대신 빠르다. 환자 수도 많고, 회전도 빠르고, 그 속도에 내가 맞춰야 한다.

처음엔 그 속도가 가장 무서웠다.

콜이 올리면 내가 한 발 늦어도 티가 났다. 그리고 "신입이라서" 가 통하는 기간이 짧았다.

개인병원은 달랐다. 처음엔 분위기가 좀 더 부드러웠다. 사람이 적으니까 얼굴도 익히고, 가족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근데 그 가족 같다는 게 양날이다.

전화도 받고, 청소도 하고, 당직도 서고, 수술 어시스트도 하고. 업무 범위가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여기서는 원래 다 해요"라는 말 앞에서 할 말이 없었다.

배울 수 있는 실무의 종류는 개인병원이 더 다양했다. 대학병원은 깊게, 개인병원은 넓게 배우는 느낌이랄까.

월급은 대학병원이 조금 더 나은 편이었다. 복지도 마찬가지. 대신 대학병원은 그만큼 소모되는 체력도 컸다.

어디가 낫냐는 질문엔 답이 없다. 내가 지금 뭘 원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빠르게 실력 쌓고 싶으면 대학병원. 좀 더 다양하게 경험하고 싶으면 개인병원.

둘 다 버티면 결국 배운다. 버티는 방법만 조금씩 다를 뿐이다.

 

3장 — 병원별 분위기 차이

병원 분위기는 들어가 보기 전엔 모른다.

면접 때 느낌이 좋았는데 들어가보니 달랐던 경우도 있고, 별로인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경우도 있다.

그래도 병원 유형별로 어느 정도 공통된 분위기는 있었다.

외과 병동은 바빴다. 수술 전후 환자가 많으니까 라인 잡고, 드레싱하고, 수술 준비하는 일이 반복됐다. 긴장감이 항상 있었다. 무언가 터지면 빠르게 움직여야 했고, 느리면 티가 났다. 말이 짧고 빠른 선배가 많았다. 무서웠지만, 거기서 배운 실무가 제일 많았다.

요양병원은 조용했다. 겉으로는. 환자분들이 어르신들이 많으니까 병동 자체는 차분한데, 안을 들여다보면  차트에 라운딩에 임종 상황까지, 보이지 않는 긴장이 늘 있었다. 개인적으로 혼자하는 밤근무가 특히 그랬다.

대학병원은 분업이 잘 되어 있지만 그만큼 각자 맡은 일에 집중해야 했다. 군기가 있었다. 선후배 문화가 남아있는 편이었고, 신입은 기본이 잡일 때 까지 자신을 낮추고 따라가는 게 기본이었다.

개인병원은 사람 수가 적다 보니 친해지는 속도가 빨랐다. 그게 장점이기도 하고, 때로는 거리 조절이 어렵기도 했다.

"좋은 병원"을 구별하는 기준이 뭐냐고 한다면. 화려한 시설보다, 선배들이 신입한테 설명을 해주는 분위기인지 아닌지. 그게 제일 중요했다.

물어볼 수 있는 분위기가 있느냐, 없느냐. 그 차이가 신입의 6개월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이 정도면 분위기 파악에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병원별 장단점 특징/분위기